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항소심에서의 고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오히려 고려할 만한 다른 사정들은 애써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일각이 드러난 이후 국정원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범죄 관련 흔적을 지웠던 점이나 검찰의 수사가 곳곳에서 벽에 부딪혔던 점들에 대한 고려 역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판결은 매우 부실해 보이고, 정치적으로까지 보인다. 또다시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 의심하게 한 판결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